옛날 사위국(舍衛國)의 바사닉왕(波斯匿王)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수레에서 내려 일산[蓋]을 물리치고 칼을 풀어놓고 신을 벗고, 두 손을 마주 잡고 꼿꼿이 편 다음 온몸을 땅에 던진 채 머리를 조아려 발아래 예배한 뒤에 꿇어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내일 네 거리 길에서 변변치 않지만 음식을 차려놓고 이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지극히 존엄하신 부처님을 알게 하고 싶습니다. 또한 중생들로 하여금 귀신과 무당들을 멀리하고 모두 5계(戒)를 받들게 하여 이 나라의 우환을 없애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십니다. 무릇 나라의 주인이 되었으면 마땅히 백성들을 밝게 인도하고, 도로써 오는 세상의 복을 구해야 합니다.”
왕이 아뢰었다.
“지극히 진실되게 청하옵고, 저는 이만 물러가 음식을 준비하겠습니다.”
왕은 돌아가 손수 음식을 만들어 직접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네거리로 갔다.
부처님께서 자리로 가시자, 왕은 곧 손 씻을 물을 돌리고 손수 음식을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마치시고 네거리에서 왕을 위해 설법하셨는데 구경꾼이 수없이 많았다.
그때 두 상인이 있다가 한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마치 제왕과 같고 제자들은 꼭 충신과 같구나. 부처님께서 밝은 법을 설명하시면 제자들은 그것을 외워 널리 알린다. 저 왕은 참으로 현명하게도 부처님을 존경할 줄 알고 마음을 굽혀 받들 줄 아는구나.”
그러자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저 왕은 참으로 어리석다. 자신이 국왕이거늘 또 무엇을 구하려 하는가? 저 부처는 마치 소와 같고 제자들은 마치 수레와 같다. 저 소가 수레를 끌고 동ㆍ서ㆍ남ㆍ북으로 다니는 것처럼 부처도 그와 같구나. 자네는 저 부처가 무슨 도가 있다 하여 그처럼 마음을 낮추어 받드는가?”
두 사람은 함께 떠나 30리쯤 가다가 어떤 주점에 머물러 같이 술을 마시면서 자신들과 관련된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착한 생각을 가진 사람은 4천왕(天王)이 보호하였으나, 나쁜 생각을 가진 사람은 태산지옥(太山地獄)의 귀신이 술을 뱃속으로 들어가게 하여 마치 불이 몸을 태우는 것 같았다. 그는 술집에서 나와 수레가 지나다니는 길에 누워 뒹굴다가 이른 새벽에 5백 대의 수레가 지나가면서 그 상인을 치어 죽였다.
그 길동무는 이튿날 그의 시체를 찾고 나서 생각하였다.
‘만일 이대로 본국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았다고 의심받을 것이다. 옳은 일은 아니지만 재물을 버리고 홀가분한 몸으로 다른 나라로 가자.’
마침 그 나라에는 왕이 죽고 태자가 없었는데, 그 나라 참서(讖書)에 ‘어떤 나라에서 미천한 사람이 와 이 나라의 왕이 될 것이다. 죽은 왕에겐 신기한 말이 있는데 왕이 될 만한 사람을 보면 반드시 무릎을 꿇을 것이다’라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은 곧 그 말을 치장하여 인수(印綬)를 가지고 왕을 모시러 나갔는데 구경꾼만 해도 수천 명에 이르렀다. 그때 그 상인도 그 나라로 들어왔다.
그때 태사(太史)가 말하였다.
“저기 노란 구름일산이 있다. 저것은 왕이 될 사람의 기운이다.”
그러자 그 신기한 말도 무릎을 꿇고 그 상인의 발을 핥았다. 신하들은 미리 준비한 향탕(香湯)에 그를 목욕시키고 국왕으로 모셨다. 그리하여 그는 왕의 자리에 앉아 나라 일을 맡아 다스렸다.
그는 곰곰이 생각하였다.
‘나는 조금도 착한 일을 한 적이 없는데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되었을까? 이것은 반드시 부처님의 은혜로 그렇게 된 것이리라.’
이런 생각을 한 그는 곧 여러 신하들과 함께 멀리 사위국(舍衛國)을 향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였다.
“이 미천한 사람은 아무 덕도 없으면서 세존의 자비와 은혜를 입어 이 나라의 왕이 되었습니다. 내일은 아라한[應眞]들과 함께 이곳을 돌아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 때는 3월이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비구들에게 분부하여, 내일 저 왕이 청해오니 모두 신통을 부려 저 나라의 왕과 백성들을 기쁘게 하도록 하라.”
이튿날 그 일행은 모두 신통을 부려 그 나라로 가서 차례로 자리에 법에 따라 엄숙히 앉았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친 뒤 손을 씻으시고 왕을 위해 설법하시자, 왕이 말하였다.
“저는 본래 미천한 사람으로 아무런 훌륭한 공덕도 없는데 무슨 인연으로 이렇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옛날 저 나라 대왕이 네 거리에서 부처님께 공양할 때 이 나라 왕은 마음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국왕과 같고 제자들은 신하와 같다.’
왕은 그런 좋은 종자를 심었기 때문에 지금 스스로 그 결과를 얻은 것입니다. 나중의 사람은 ‘부처는 소와 같고 제자들은 수레와 같다’고 말하여 스스로 수레에 치일 종자를 심었기 때문에 지금 태산지옥의 불 수레에 치어 죽었으니 그 과보를 받은 것입니다. 왕이 지금 왕이 된 것은 어떤 용맹함으로 된 것이 아닙니다. 선을 행하면 복이 따르고 악을 행하면 화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것은 다 자신이 지은 것으로서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이 줄 수 없는 것입니다.”
이어 세존께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고
마음은 주인도 되고 심부름꾼도 되나니
마음 속으로 악을 생각해
그대로 말하고 그대로 행하면
죄의 고통 따르는 것은
수레가 바퀴자국 따르는 것 같으리.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고
마음은 주인도 되고 심부름꾼도 되나니
마음 속으로 선을 생각해
그대로 말하고 그대로 행하면
복의 즐거움 저절로 따름이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 같으리.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마치시자, 왕과 신하들과 백성들과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숱한 사람들이 다 크게 기뻐하며 모두 법안(法眼)을 얻었다.
법거(法炬)ㆍ법립(法立) 공역, 『법구비유경』 1권 「雙要品」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34]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다
― 새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한 생각
안녕하세요.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하여
이 영상을 통해 새해 인사를 올립니다.
새해에도 지혜의 길 위에서 평안하시기를 바랍니다.
새해 첫 경전산책에서는 새로운 시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짧지만 깊은 부처님 말씀 한 구절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가르침은 『법구경』 제9, 쌍요품에 설해진 게송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은 모든 법의 근본이다.
마음은 주인이 되며, 마음은 모든 것을 부린다.
마음속으로 악을 생각하여 그대로 말하고 그대로 행하면,
죄의 고통이 따르나니 수레가 바퀴 자국을 따르는 것과 같고,
마음속으로 선을 생각하여 그대로 말하고 그대로 행하면,
복의 즐거움이 저절로 따르나니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으리라.
— 『법구경』 제9, 쌍요품
새해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이 말씀은 마치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 듯합니다.
“올해 당신의 마음은 어떤 씨앗을 품고 시작하려 하는가?”
그런데 이 게송은 그저 멋진 문장으로만 전해진 말씀이 아닙니다.
왜 ‘마음이 앞선다’고 하셨는지,
왜 ‘수레바퀴’와 ‘그림자’로 비유하셨는지,
그 배경 이야기가 『법구비유경』에 아주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옛날 사위국에 바사닉왕이 부처님께 큰 공양을 올리려 마음을 냈습니다.
왕은 “나라 사람들에게 부처님을 알리고,
귀신과 무당에만 의지하지 말고
바른 계율과 바른 삶으로 나라의 근심을 덜게 하겠다”
이런 뜻을 세우고, 네거리, 사람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에 정성껏 공양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이 오시자,
왕은 왕의 체면을 내려놓고 신을 벗고, 칼을 풀고, 온몸으로 예를 올렸습니다.
그 광경을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 두 상인이 그 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핵심입니다.
같은 장면을 보았지만, 마음은 둘로 갈라졌습니다.
첫 번째 상인은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그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부처님은 제왕 같고, 제자들은 충신 같구나.
부처님이 밝은 법을 설하면 제자들이 그 법을 외워 널리 전하니,
왕이 이렇게 공경하는 것이 참으로 지혜롭다.”
이 상인은 존경과 믿음의 마음을 냈습니다.
반면 두 번째 상인은 달랐습니다.
비웃는 마음이 일어났고, 말은 점점 거칠어졌습니다.
“왕이 어리석다. 부처가 무슨 도가 있다고 저렇게 머리를 숙이나?
부처는 소 같고, 제자들은 수레 같구나.
소가 수레를 끌고 여기저기 다니듯 부처도 그와 같지 않느냐.”
이 장면에서 갈린 것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마음이었습니다.
그는 업신여기는 마음을 일으켜 그 마음을 그대로 말로 쏟아냈습니다.
그 뒤 두 사람은 길을 떠나 주막에 들러 술을 마셨습니다.
그날 밤, 한 사람은 무사했지만, 다른 한 사람은 술기운에 취해 수레길 한가운데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이른 새벽, 수레가 한 대, 두 대 잇따라 지나갔고,
마침내 그는 수레바퀴에 치여 목숨을 잃었습니다.
마음이 부른 길을, 몸이 그대로 밟아 들어간 것입니다.
이제 남은 한 상인은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함께 왔다고 의심받을지 몰라” 하여 재물을 버리고 타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인연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그 나라에는 마침 왕이 세상을 떠났고,
왕위를 이을 태자도 없었습니다.
또 이런 예언이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온 미천한 사람이 이 나라의 왕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며 왕이 타던 신기한 말을 이끌고 새 임금을 찾으러 나섰습니다.
그 말은 그 상인을 보자
조용히 무릎을 꿇고 그의 발을 핥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왕으로 모셨습니다.
왕관을 쓰고 자리에 앉은 뒤,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나는 특별히 착한 일을 한 적도 없고,
남들보다 뛰어난 덕을 쌓은 기억도 없다.
그런데 어찌 이런 과보를 받게 되었을까.”
그때 그의 마음에 하나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아, 그날 네거리에서 부처님을 공경하던 마음,
그 선한 생각이 지금 이렇게 열매를 맺는구나.”
그래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여쭈었습니다.
“제가 무슨 인연으로 왕이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그날 네거리에서 그대는 선한 마음을 내어 부처님을 존경하는 씨앗을 심었다.
그 씨앗이 지금의 과보로 열린 것이다.
선은 복을 부르고, 악은 화를 부른다.
이 과보는 하늘이나 용이나 귀신이 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마음이 지은 것이다.”
그래서 두 번째 게송이 이어집니다.
“복의 즐거움이 저절로 따르나니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십니다.
행복과 불행은 하늘이 주는 것도 아니고,
신이나 귀신이 내려 주는 것도 아닙니다.
모두 내가 지은 마음의 결과입니다.
말보다 먼저 마음이 있고, 행동보다 먼저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환경을 먼저 바꾸라 하지 않으셨고,
조건이나 계획을 먼저 세우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지금 이 마음을 먼저 살피라.’
새해를 시작하는 오늘,
이 한마디가 우리 삶의 방향을 다시 잡아 주는 기본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말씀이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분이 계시면 조용히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 말씀은 혼자 붙잡고 있을 때보다
함께 나눌 때 더 큰 힘이 됩니다.
새해에도 경전산책은
부처님 말씀을 오늘의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도록 차분히 이어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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