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소비자저널=조석제 대표기자]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43
📩 바람을 거슬러 퍼지는 향기,
그 향은 바로 사람의 삶입니다.
『불설계향경』이 전하는
계향만리(戒香萬里),
잠시 함께 들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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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산책 43]
바람을 거슬러 퍼지는 향기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시어, 큰 비구들과 함께하셨다.
그때 존자(尊者) 아난(阿難)은 부처님 처소에 왔다. 부처님 처소에 이르자, 그는 머리를 부처님의 발에 대어 예배하고 합장하여 경의를 표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사소한 의심이 있어 여쭙고자 합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저에게 설명해 주십시오.
제가 보기에는 세상에는 세 가지 향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뿌리의 향ㆍ꽃의 향ㆍ열매의 향이라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향은 어느 곳이든 두루하여, 바람이 있어도 풍기고 바람이 없어도 풍깁니다. 그런데 이 향은 어찌하여 그러합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존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세 가지 향이 어느 곳이든 두루하여, 바람이 있어도 풍기고 바람이 없어도 풍긴다라는 이런 말은 하지 말아라. 이 세 가지 향은 바람이 있거나 바람이 없거나 간에 어느 곳이든 두루 풍기는 것이 아니란다.
아난아, 너는 지금 널리 두루 하는 향에 대해 듣고 싶으냐. 잘 들어라. 내가 너를 위하여 말해 주겠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듣고 싶습니다. 부디 말씀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바람이 있거나 바람이 없거나 간에 온 시방에 두루하는 향이란, 다음과 같은 것을 말한다.
즉 세간에 사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부처의 청정한 계를 지니어 모든 바른 일[善法]을 행한다고 하자. 다시 말하자면 살생ㆍ도둑질ㆍ음행ㆍ거짓말ㆍ음주 등을 하지 않는다고 하자. 이 선남자와 선여인은 이와 같은 계의 향(戒香)을 시방에 두루 풍기니, 저 시방 세계에서 모두 다 칭찬하며 이런 말을 할 것이다.
‘저 어떤 성에 사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부처의 청정한 계를 지니어 모든 바른 일을 행하는구나. 다시 말하자면 살생ㆍ도둑질ㆍ음행ㆍ거짓말ㆍ음주 등을 하지 않는구나.’
이러한 계율의 법(戒法)을 갖추게 되면, 이 사람은 이와 같은 계의 향을 얻게 된다. 그러면 바람이 있거나 바람이 없거나 간에 온 시방에 두루 풍기니, 모두가 칭찬하고 그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게 된다.”
서천(西天) 법현(法賢) 한역, 『불설계향경(佛說戒香經) 10세기 말 인도 출신의 학승 법현(法賢)이 한역한 것으로, 총 1권으로 되어 있다. 이 경은 계율의 중요성을 향(香)에 비유하여 설명한 것으로 약 550자 가량의 소경(小經)이다.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아난의 물음에 대답한 것으로 계율의 중요성을 향기에 비유하여 설법한 것이다. 이역본으로 『별역잡아함경(別譯雜阿含經)』의 제1권·『불설계덕향경(佛說戒德香經)』·『잡아함경(雜阿含經)』의 제38권·『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의 제23 『지주품(地主品)』이 있다.
』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43]
바람을 거슬러 퍼지는 향기
『불설계향경』이 전하는 계향만리(戒香萬里)
안녕하세요.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입니다.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덕향만리(德香萬里)”
덕이 있는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이 속담을 더 깊고,
더 분명한 자리에서 다시 밝혀 주십니다.
바로 ‘계향만리(戒香萬里)’,
계율에서 나는 향기야말로 바람을 따라갈 뿐 아니라
바람을 거슬러서도 온 세상에 퍼진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불설계향경』 등에 전해지는
이 맑고도 단단한 가르침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아난 존자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상에는 뿌리의 향, 꽃의 향, 열매의 향이 있습니다.
이 향들은 바람이 불면 퍼지지만,
바람을 거슬러 퍼지지는 못합니다.
혹시 바람을 따르기도 하고, 거슬러서도 퍼지는 향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잠시 아난을 바라보시고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아, 뿌리와 꽃과 열매의 향은 바람을 따라갈 뿐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시방에 두루 퍼지는 향이 있다. 잘 들어라.”
아난이 놀라 다시 여쭈었습니다.
“그 향이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세간에 사는 선남자 선여인이 부처님의 청정한 계를 지켜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음행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술에 빠지지 않으며,
몸과 말과 뜻으로 바르게 살아간다면,
이 계율의 향기는 바람이 있든 없든 시방세계에 두루 퍼져
모두가 그 사람을 칭찬하고 존경하게 된다.
이 향은 수미산에도 걸리지 않고,
하늘과 땅에도 막히지 않으며,
지·수·화·풍 사대에도 막히지 않는다.
그러므로 온 세계가 그의 덕을 찬탄하느니라.”
부처님께서는 이 향을 이렇게 부르셨습니다.
“바람을 따르기도 하고, 바람을 거슬러서도 막힘없이 퍼지는 향.”
이것이 바로 계향, 곧 삶에서 피어나는 도덕의 향기입니다.
이 향은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아니라,
좋은 말을 많이 해서 만들어지는 향도 아닙니다.
오히려 아무 말이 없어도,
그 사람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놓이고, 믿음이 생기고,
나도 모르게 따라 배우고 싶어지는…
그런 생활의 기품이 바로 계향입니다.
우리는 흔히 말합니다.
“말이 중요하다.”
“생각이 중요하다.”
맞습니다.
불교는 말과 생각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습니다.
몸과 말과 뜻, 이 세 가지가 모두 수행의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이 경전에서 강조하신 것은,
말과 생각이 그대로 삶이 될 때,
곧 행동과 습관이 될 때,
비로소 향기처럼 멀리 퍼진다는 사실입니다.
계향이란,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나를 포장하지 않아도,
누구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몸·말·마음이 한 방향으로 어우러질 때
자연스레 퍼져 나오는 삶의 힘입니다.
그래서 계향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출 수 없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 사람의 걸음걸이, 표정, 말의 온도,
약속을 지키는 태도,
남을 해치지 않으려는 조심성,
작은 이익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마음…
이런 것들이 모여 그 사람의 삶에 은은한 향을 만들어 냅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속도는 빠르지만 마음은 거칠어지고,
정보는 넘치지만 사람을 믿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더 많은 지식이 아니라,
사람의 삶에서 풍겨 나오는 신뢰입니다.
남을 해치지 않겠다는 마음,
거짓을 삼가려는 태도,
손해를 보더라도 바르게 살고자 하는 결심,
그것이 바로 세상을 향기롭게 하는 계향만리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시작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습니다.
오늘 하루, 내 말 한 마디를 조금 더 조심하고,
내 손길 하나를 조금 더 맑게 하고,
내 마음의 방향을 조금 더 바르게 두는 것,
그 작은 실천에서 계향은 조용히 피어오릅니다.
아직은 바람이 차갑고,
가지 끝에는 꽃망울만 맺힌 이른 봄입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싹은 이미 자라고 있습니다.
봄은 늘 그렇게—
먼저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시작되지요.
오늘, 우리 삶에서도
계향의 기운이 말없이 퍼져 가기를 발원합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고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서,
그 향이 조용히 번져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