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부처님께서 바라내국(波羅奈國) 마갈타국의 서북지방에 있는 나라, 붓다시대 바라나시(지금의 베나레스)가 있던 지역의 나라를 말한다.
선인(仙人)이 살던 녹야원(鹿野園) 불교 4대 성지의 하나. 싯다르타(Siddhartha)가 깨달음을 얻은 처음으로 설법을 편 곳으로 유명하다. 힌두교의 성지 바라나시에서 북쪽 10km에 위치한다.
에 계셨었다.
모든 5통(通) 신선들이 모두가 이 동산에서 노닐며 배웠으니 범부들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어떤 왕이 나가서 사냥을 하다가 천 마리의 사슴 무리가 그물 속으로 다 들어가는 것을 보게 되었다. 왕이 보병을 깔아 둘레를 한 바퀴 에워싸자 사슴 떼들은 놀라고 두려워하면서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어떤 놈은 언덕에 가 부딪치기도 하였고, 또 어떤 놈은 땅에 엎드려 제 형상을 숨기기도 하였다.석가모니불께서 보살이셨을 적에 이 사슴 무리의 왕이셨다.
부처님께서는 친히 사슴 무리들에게 말씀하셨다.“너희들은 뜻을 편안히 하여 다시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방편을 베풀어서 왕을 향하여 애걸하면 반드시 목숨을 구제하게 될 것이다. 저마다 딴마음을 갖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사슴 왕이 사람 왕을 향하여 무릎을 꿇고 가엾이 여겨 주기를 하소연하자, 사람 왕이 멀리서 보고 여러 좌우들에게 사슴을 해치지 못하도록 명을 내렸다. 사슴은 말하였다.“지금 왕의 뜻을 살피건대, 천 마리의 사슴을 한꺼번에 죽여서 주방에 보내려 하십니다. 지금 다 삶아 놓으시면 고기가 오래 보존될 수 없습니다. 원컨대 왕께서는 가엾게 여기시어 하루에 한 마리씩의 사슴을 죽여서 주방장에게 보내옵소서. 왕을 번거롭게 하지 않고 저희 사슴들이 스스로 주방으로 나아가 죽음을 받겠사옵니다. 그리하면 고기 공양은 끊어지지 않고 사슴 수는 갈수록 더욱 불어나게 될 것입니다.”왕은 사슴에게 물었다.“네가 사슴들 가운데서 최고 어른이더냐?”대답하였다.“그렇습니다.”왕은 다시 사슴에게 물었다.“너는 참으로 그리하겠느냐?”대답하였다.“참으로 그렇게 하겠습니다.”왕은 이내 사슴을 내버려 두고 진을 거두어 성으로 들어갔다. 그 때 보살이 거느리고 있는 사슴이 5백 마리였고, 조달(調達) 산스크리트어로는 데바닷타, 한역(漢譯)으로는 ‘제파달다(提婆達多)’, 조달이라고 한다. 부처님의 사촌 동생으로, 출가하여 그의 제자가 됨. 부처님에게 승단을 물려줄 것을 청하여 거절당하자 오백여 명의 비구를 규합하여 승단을 이탈함. 여러 번 부처님을 살해하려다 그 과보로 살아서 지옥에 떨어졌다고 한다.
이 거느린 것 또한 5백 마리의 사슴이었다. 날마다 한 마리씩의 사슴이 차출되어 왕에게 나아가 주방에 보내졌다. 이때 마침 조달의 사슴을 왕에게 보낼 차례가 되었다. 새끼를 밴 지가 여러 개월이 된 어미 사슴 한 마리가 주방에 보내져야 할 차례였으므로 어미 사슴은 왕에게 말하였다.“이제 저는 해산할 시기가 닥쳐왔습니다. 나의 차례로는 응당 가야 하나 뱃속의 새끼의 차례는 아직 이르지 않았으니, 원컨대 차출 당하는 차례를 조금 뒤로 미루어 주소서.”조달은 성을 내어 말하였다.“어째서 빨리 가지 않느냐? 누가 너를 대신하여 먼저 죽겠느냐?”어미 사슴은 슬피 울부짖으면서 이내 보살에게 나아가 이런 일을 진술하였다.“원컨대 왕께서는 용서를 베푸시어 차례를 뒤로 미루어 주소서.”보살은 사슴에게 물었다.“너의 주인은 네가 말하는 것을 허락하더냐?”대답하였다.“주인은 허락하지 않았나이다.”보살이 그 사슴을 위로하였다.“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이제 너를 대신하여 주방장에게 바치겠다.”보살 사슴 왕은 이내 천 마리의 사슴을 불러 놓고 간절하게 경계하였다.“너희들은 절대 게으른 생각을 품지 말 것이며, 왕의 가을 싹이며 곡식을 침해하지도 말지니라.”조달은 성을 내어 어미 사슴에게 말하였다.“너의 차례가 왔거늘 왜 거절하느냐?”보살은 조달에게 말하였다.“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그런 말은 하지 마시오. 어미 사슴이 진실로 차례로는 죽어야 되겠지마는 그 태 안의 것이 불쌍하기 때문에 아직 죽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내가 대신하여 태 안의 생명을 구제하는 것입니다.”사슴들은 각자 말하였다.“저희들이 왕을 대신하여 죽음을 받고자 하옵니다. 왕이 계심으로써 우리가 있게 되고 물과 풀을 먹을 수도 있으며, 마음대로 놀러 다녀도 두렵거나 꺼리는 바가 없게 되나이다.”그러나 왕이 드디어 주방으로 나아가니 사슴들이 뒤를 따르며 왕궁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슴 왕은 주방으로 나아가 스스로가 요리가 되기를 청하였다. 요리사는 사슴 왕을 보고서 이내 왕에게 아뢰었다.“사슴 왕이 주방으로 들어와서는 다음 요리에 제 몸을 바치겠다 하나이다. 저는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겠사옵니다. 대왕이시여, 죽여야 하옵니까?”왕은 여러 신하에게 칙명하였다.“빨리 사슴 왕을 데리고 오라.”왕은 사슴 왕에게 물었다.“천 마리 사슴이 다 되었느냐? 너는 무엇 때문에 왔느냐?”사슴은 왕에게 아뢰었다.“천 마리가 새끼를 계속 낳아서 마침내 큰 떼를 이루었습니다. 날마다 더욱 붙어날지언정, 줄어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그리고 위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자, 왕은 간절히 자책하고 스스로가 모자랐음을 한탄하였다.“나는 기르는 짐승에 대하여 참됨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였구나. 살아 있는 생명을 미친 듯이 죽이다 결국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구나.”왕은 대신들에게 고하였다.“널리 나라 안에 명령을 내려라. 사냥하면서 사슴을 살해하는 이가 있으면 목을 베어 죽이리라.”이내 사슴 왕을 돌아가게 하면서 사슴 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나라 안에 명령을 내렸다. 또 만약에 그 고기를 먹는 이가 있으면 그의 머리를 베어 높이 달게 하였으므로, 이로 인하여 녹야원(鹿野園)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용수가 짓고 구마라집이 한역한 『대지도론(大智度論)』 제16권에도 실려 있다. 또한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본생경(자타카, Jataka)에도 실려 있다.
『경율이상』 11권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19]
황금빛 사슴 왕 – 새끼 밴 어미를 대신한 자비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입니다.
오늘은 『대지도론』과 『본생경(자타카)』에 전해지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황금빛 사슴 왕 니그로다의 자비로운 보살행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주 오래 전, 바라나시라는 도시를 브라흐마닷타 왕이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그 근처 녹야원 숲에는 천 마리의 사슴 무리가 살고 있었는데,
보살은 ‘니그로다’라는 이름의 황금빛 사슴으로 태어나 500마리의 무리를 거느렸습니다.
또 다른 황금빛 사슴 사카도 500마리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왕은 사냥을 몹시 즐겨 매일 사슴 한 마리를 잡아오라고 명령했습니다.
사람들은 두 무리를 울타리에 몰아넣고 그물을 둘러,
왕이나 요리사가 쉽게 사슴을 잡을 수 있게 했습니다.
하지만 왕은 잘생기고 위엄 있는 두 사슴 왕, 니그로다와 사카만큼은 해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덕분에 두 사슴은 살아남았지만, 무리들은 날마다 죽음의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사슴들이 끝없이 다치고 죽어가는 모습을 본 니그로다 사슴은 사카에게 제안했습니다.
“차라리 순서를 정하자. 하루는 내 무리에서, 하루는 네 무리에서 한 마리가 나가 희생하자.
그러면 괜히 다치거나 고통받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사카도 이에 동의했고, 사슴들은 차례를 따라 죽음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카 무리의 한 어미 사슴에게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습니다.
“왕이시여, 곧 해산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새끼를 낳고 나면 두 배로 갚겠습니다.
부디 제 순서를 미뤄 주십시오.”
그러나 사카 왕은 원칙을 깰 수 없다며 거절했습니다.
눈물로 숲을 헤매던 어미는 니그로다 왕에게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니그로다는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네 대신 내가 가겠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새 생명을 살리는 것이 옳다.”
니그로다는 곧장 왕궁으로 나아가 스스로 땅에 엎드렸습니다.
이를 본 요리사가 놀라 왕에게 알렸고, 브라흐마닷타 왕이 직접 달려왔습니다.
“니그로다여, 내가 그대만은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왜 스스로 죽으러 온 것이냐?”
니그로다는 담담히 대답했습니다.
“오늘은 새끼 밴 어미의 차례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생명까지 죽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온 것입니다.”
왕은 크게 감동하여 말했습니다.
“사슴이 이토록 자비롭고 용기 있는 줄 몰랐다.
그대와 그 어미, 그리고 모든 사슴의 목숨을 지켜 주겠다.”
그러자 니그로다는 다시 청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숲 밖의 사슴들과 다른 짐승들, 물속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들까지 지켜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