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32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32www.youtube.com
[경전산책 32]
어머니의 한마디가 아이의 지혜가 되다
옛날에 어떤 비구가 힘써 나아가 법을 지키면서 젊을 적부터 계율을 지녀 범하는 일이 없었고, 잘 외우고 있던 바는 『반야바라밀경(般若波羅蜜經)』이었으며, 그 어떤 이라도 이 비구의 음성을 들으면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 때에 나이 일곱 살이 되는 한 어린아이가 있었다. 성 밖에서 소를 치다가 멀리서 비구가 외우는 경의 소리를 듣고 이내 정사(精舍)로 나아가 비구에게 예배하고 그 경의 말씀을 들으니, 때마침 색(色)과 공(空)을 해설하고 있었다. 갑자기 들었으나 이내 이해하고 아이가 크게 기뻐하면서 문득 비구에게 묻자 비구의 응답이 아이 뜻에 맞지 않으므로, 이 때에 어린아이가 도리어 비구를 위하여 그 이치를 해설하자, 비구는 예전에 듣지 못한 바라 기뻐하면서 이 어린아이의 지혜가 비범한 것을 괴이하게 여겼다.
그때 아이는 이내 소에게로 돌아갔으나 치던 소와 송아지들은 뿔뿔이 달아나며 산으로 들어갔으므로, 아이는 그 자취를 찾아 따라가 찾고 있다가 때마침 한 마리 범을 만나서 살해되었다. 어린아이는 목숨을 마치고 장자의 집에 제일 부인의 아들로 태어나게 되었다.
그 부인은 아이를 배자마다 『반야바라밀경』을 잘 외웠으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게으르거나 쉬지 아니하였으므로 그 장자의 집에서는 이 부인이 입으로 거짓말을 하며 귀신 부르는 병에 걸렸다고 괴이하게 여기며 점을 치고 꾸짖고 하였으나 아는 이가 없었다.
이때 비구가 성에 들어가 걸식하는데 장자의 문 앞을 지나가다가 멀리서 그 소리를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내 장자에게 물었다.
‘안에서 누가 이 깊은 경전을 해설하고 계십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내 아내인데, 귀신 병이 들어서 밤낮 거짓말을 하며 지금껏 쉬는 일이 없습니다.’
비구는 말하였다.
‘이는 귀신 병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큰길을 말씀하는 존귀한 경전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만나 뵐 수 있게 하소서.’
장자가 말하였다.
‘좋습니다.’
곧 부인에게로 간 비구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하자 되풀이하여 깊이 헤쳐 해설하였다. 그리고 비구를 머무르게 하여 음식을 대접하였는데 차츰 서로가 ‘부인이 아이를 배고서 입으로 높은 경전을 외우며 그 음성도 아름다워졌다’라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뒷날 장자는 음식을 장만하고서 다시 비구들을 청하였다. 이때 부인이 나가서 뭇 비구들에게 예배하고 다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고 의심이 나서 잘 모르는 그들에게 해설하자 스님들은 기뻐하였다. 날과 달이 다 차서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태어나자마자 합장하고 장궤(長跪)1)를 하고 ‘바라밀’을 해설하였으며, 부인은 해산한 뒤로 본래대로 회복되었으므로 장자는 물었다.
‘이것은 어떻게 된 것입니까?’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참으로 부처님의 제자이시니, 잘 기르고 보호하십시오. 이 아이가 뒤에 크면 장차 온갖 중생들의 스승이 될 것이며, 우리들 모두도 그로부터 여쭈어 받을 것입니다.’
아이가 일곱 살이 된 때 도의 법이 모두 갖추어져서 온 대중에서 지혜바라밀이 뛰어났고, 경전 안의 오자(誤字)ㆍ탈자(脫字)와 잘못된 곳이 있으면 모두 수정하여 그 잘못된 곳을 채웠다. 아이가 가는 데마다 사람들을 개화하였으므로 장자 집안의 안팎 대소 5백 인이 모두 아이로부터 배웠고, 깨우침을 받은 8만 4천 인은 모두가 위 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내었다. 5백의 비구들은 아이의 해설을 듣고 번뇌가 다 하면서 이치를 깨달아 대승(大乘)을 구하고 법안[法眼]의 깨끗함을 얻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어린아이는 나였고, 비구는 가섭불이었느니라.”
강승회 한역, 『육도집경(六度集經)2)』 6권 「소아문법즉해경(小兒聞法卽解經)」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32]
어머니의 한마디가 아이의 지혜가 되다 | 『육도집경』 전생 이야기
안녕하세요.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입니다.
오늘은 『육도집경』 제6권,
〈소아문법즉해경(小兒聞法卽解經)〉에 전해지는 아주 특별한 전생담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육도집경』은 부처님께서 보살이었을 때 닦으신 행과 인연을 전하는 본생경(本生經)에 속하는 경전으로, 여러 생에 걸쳐 쌓아 올린 보살행의 전생담(前生譚)을 모아 기록한 경전입니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그 가운데서도 한 아이의 전생과 다음 생을 잇는 이야기이자, 어머니의 마음이 한 생의 지혜를 어떻게 길러 내는가를 조용히 보여 주는 깊은 가르침입니다..
아주 먼 옛날, 한 비구가 있었습니다.
그 비구는 젊을 적부터 계율을 어김없이 지키며
늘 『반야바라밀경(般若波羅蜜經)』을 외우던 수행자였습니다.
그의 음성은 맑고 깊어 누가 듣든 마음이 저절로 가라앉고
번뇌가 한 겹 내려앉았다고 합니다.
어느 날, 성 밖에서 소를 치던 일곱 살 아이 하나가 멀리서 그 경전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발걸음은 저도 모르게 정사를 향했고,
아이는 비구에게 예배한 뒤 경전 말씀을 조용히 듣고 서 있었습니다.
그때 비구는 ‘색(色)과 공(空)’, 곧 모든 것은 실체가 없고 집착할 것이 없다는 깊은 반야의 가르침을 설하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아이는 처음 듣는 법문이었음에도 그 뜻을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아이가 질문을 던졌는데, 오히려 비구의 대답이 그 뜻에 미치지 못하자 아이는 도리어 그 이치를 풀어 설명했습니다.
비구는 크게 놀랐습니다.
“이 아이의 지혜는 보통이 아니구나.”
아이는 다시 소에게로 돌아갔지만, 소와 송아지들은 흩어져 산으로 달아났고,
그 아이는 짐승을 찾다 마침내 범을 만나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아이는 장자의 집 부인의 태중에 다시 태어났습니다.
부인은 아이를 배고 난 뒤부터 이상한 변화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밤낮으로 『반야바라밀경』을 외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번도 게을리하지 않고 맑고 고른 음성으로 경을 외웠습니다.
집안사람들은 수군거렸습니다.
“귀신 병이 들린 것이 아닐까…”
점을 치고, 꾸짖고, 말리기도 했지만 부인의 입에서는 오직 반야의 말씀만이 흘러나왔습니다.
어느 날, 그 옛날의 비구가 걸식을 하다 이 장자의 집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문안에서 들려오는 그 깊고 맑은 경전 소리를 듣고 비구는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습니다.
“이는 병이 아닙니다. 부처님의 지혜를 설하는 존귀한 경전의 음성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뵙게 해 주십시오.”
비구가 부인을 만나 일부러 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자,
부인은 막힘없이 반야의 깊은 뜻을 풀어냈습니다.
그제야 사람들은 알아차렸습니다.
‘아이를 배면서 외운 경전이 부인의 마음과 음성을 이렇게 바꾸었구나.’
날과 달이 차자, 부인은 사내아이를 낳았습니다.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합장하고 곧바로 ‘바라밀’의 뜻을 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숨을 삼켰습니다.
아이는 자라면서 경전의 오자와 탈자를 바로잡았고, 어디를 가든 사람들의 마음을 열었습니다.
장자 집안 안팎 500명이 그에게 배웠고, 8만 4천 명이 깨달음을 일으켰으며,
500명의 비구는 아이의 설법을 듣고 번뇌를 끊고 대승의 길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를 마치며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때의 어린아이는 나였고, 그 비구는 가섭불이었느니라.”
이것은 기적을 자랑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전생담은 조용히 우리에게 묻습니다.
어머니의 마음은 한 생의 지혜를 어디까지 이끌 수 있는가.
임신 기간 동안 부인이 외운 것은 단지 글자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집착을 내려놓는 지혜였고,
모든 생명을 품는 자비였으며,
태중의 아이에게 건네는 가장 깊은 마음의 언어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것을 ‘태교’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불교는 오래전부터 말해왔습니다.
아이는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마음을 듣고, 기억하고, 자란다.
임신 중의 한 생각,
하루에 외운 한 구절,
조용히 가다듬은 한 마음이
한 생의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 경전은 이렇게 일깨웁니다.
“지혜로운 아이는 우연히 태어나지 않는다.
깊은 마음 속에서 자라난다.”
오늘 이 이야기가 여러분 마음에 작은 울림으로 남았다면,
혼자 간직하지 마시고 조용히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 주십시오.
그 나눔 또한 또 하나의 좋은 씨앗이 되어
다음 생, 다음 사람의 지혜로 이어질 것입니다.
오늘도 자신과 누군가의 미래를 위해 좋은 마음 한 구절을 조용히 품어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
1) 두 무릎을 가지런히 꿇고 앉되, 무릎부터 머리끝까지 상체가 수직이 되도록 몸을 꼿꼿이 세우고 두 발끝을 세워, 발끝으로 바닥을 지탱하는 자세이다. 주로 불자가 계를 받는 수계의식의 자세이다. 호궤(胡跪)합장이라고도 한다.
2) 이 경전은 오(吳)나라 때 강승회(康僧會)가 8권으로 번역한 것으로 12부경에서 본생경(本生經)에 속하는 경전인데 부처님이 보살이었을 때 이야기인 전생담(前生譚)을 모아 기록한 것이다. 육바라밀의 실천을 가장 지극하게 실천한 예들을 명시하여 바라밀 완성에 대해 설해 놓은 경이다. 『육도무극경』,『도무극집(度無極集)』이라고도 한다. 이 내용은 『경율이상』 45권에도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