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보살에는 두 종류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는 이름뿐인 보살 가명보살(假名菩薩): 보살이라는 이름은 가지고 있지만, 그에 맞는 마음과 행동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이고, 다른 하나는 보살의 참뜻을 실천하는 보살 실의보살(實義菩薩): 보살의 참뜻에 따라 자신보다 중생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이를 삶에서 실천하는 사람을 말한다.
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을 이름뿐인 보살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마음을 냈더라도 그릇된 가르침과 방법을 즐겨 배우고, 그것을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에게까지 가르친다면 이름뿐인 보살이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생명을 해치고 자비를 닦지 않으며, 세속의 즐거움에 빠져 끊임없이 업을 짓는 사람도 그러하니라. 삼보를 굳게 믿지 못하고 의심하며, 자신의 몸과 목숨만 아껴 어려움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이름뿐인 보살이니라.
말이 거칠고 남을 헐뜯으며, 원한을 품고 방일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그러하니라. 또한 스스로를 업신여겨 ‘나는 위없는 깨달음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고, 번뇌를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끊기 위한 방법을 부지런히 닦지 않는 사람도 이름뿐인 보살이니라.
인색하고 탐욕스러우며, 남을 질투하고 쉽게 성내는 사람, 그릇된 벗을 가까이하고 게으름과 나태함에 빠져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람도 그러하니라. 육바라밀 육바라밀(六波羅蜜): 보살이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 실천하는 여섯 가지 수행이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를 말한다.
을 믿지 않고 복덕을 닦으려 하지 않으며, 생사의 허물을 살피지 않고 다른 사람의 그릇된 말을 즐겨 받아들이는 사람도 이름뿐인 보살이니라.
또 어떤 사람은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마음을 냈다가, 한량없는 세월 동안 어려운 수행을 해야 비로소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후회하느니라. 겉으로는 수행하는 듯하지만 마음이 진실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거나 다른 사람을 가엾게 여길 줄도 모르느니라.
그릇된 가르침을 받들고 생명을 죽여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믿음이 조금 있더라도 그 마음이 굳세지 못하느니라. 감각적 욕망과 즐거움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악행을 저지르고, 자신의 몸과 목숨과 재산을 믿고 교만한 마음을 내느니라.
하는 일이 그릇되어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지 못하고, 다음 생에서 좋은 과보를 받기 위해 보시하며, 하늘에 태어나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계율을 지키느니라. 선정을 닦더라도 오직 자신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면, 이런 사람도 이름뿐인 보살이니라.
보살의 참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깊은 가르침을 즐겨 듣고, 좋은 벗을 가까이하느니라. 스승과 부모와 선한 벗을 공경하고 섬기며, 여래께서 설하신 여러 경전을 즐겨 듣느니라. 그 가르침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기록하고, 그 뜻을 깊이 생각하느니라.
바른 가르침을 위해서는 자기 몸과 목숨과 가족과 재물까지도 아끼지 않으며, 그 마음이 굳세고 모든 중생을 가엾게 여기느니라.
그 사람은 부드럽고 온화하게 말하며, 먼저 다정하게 말을 건네고 언제나 진실한 말을 하느니라. 거친 말과 욕설을 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는 말도 하지 않느니라. 또한 자신을 하찮게 여기거나 깨달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하지 않느니라.
어려운 사람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베풀면서도 싫증 내지 않으며, 언제나 지혜의 칼을 갈고 닦느니라. 다른 가르침을 배우더라도 그릇된 견해를 분명히 알고 바로잡기 위해 배우느니라. 그 잘못을 분명히 알고 바로잡기 위해 배우느니라. 또한 알맞은 방법으로 중생의 마음을 바른 길로 이끌 줄 아느니라.
많은 사람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중생들에게 깨달음의 길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치느니라. 가르침을 듣는 사람들이 겁먹거나 물러서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며, 부지런히 정진하느니라.
번뇌에 눌리거나 끌려가지 않으며, 번뇌가 자신의 마음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못하게 하느니라. 방일하지 않고 언제나 인내를 닦으며, 열반에 이르기 위해 계율을 지키고 부지런히 정진하느니라.
중생을 위해 기꺼이 심부름하는 사람이 되어 그들이 편안하고 기쁘게 살아가기를 바라느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괴로움을 겪더라도 원망하거나 후회하지 않느니라.
깨달음의 길에서 물러나는 사람을 보면 가엾게 여기고, 온갖 고통을 겪는 사람들을 구해 주려고 힘쓰느니라. 생사를 거듭하며 겪게 되는 허물을 깊이 살피고, 위없는 육바라밀을 갖추어 나가느니라. 세상의 일을 처리할 때도 지혜롭고 바르게 행하느니라.
믿음이 굳건하고 자비를 닦으면서도 그에 따른 보답을 바라지 않느니라. 원수와 가까운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하느니라.
보시할 때에도 사람을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베풀며, 필요하다면 자신의 몸까지도 기꺼이 내어 주느니라. 모든 것이 덧없음을 알기에 몸과 목숨을 지나치게 아끼지 않으며, 사섭법 사섭법(四攝法): 중생을 가까이하고 바른길로 이끄는 네 가지 방법이다. 베풂, 따뜻한 말, 이로운 행동, 함께하는 실천을 말한다.
으로 중생을 받아들이고 바른길로 이끄느니라.
세상의 이치와 사람들이 살아가는 형편을 잘 알고, 듣는 사람의 처지에 맞추어 말하느니라. 중생을 위해 괴로움을 겪더라도 그 마음이 수미산처럼 흔들리지 않느니라.
어떤 사람이 많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보더라도, 그에게 작은 선행이라도 있으면 그것을 잊지 않느니라. 삼보를 의심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공양하느니라.
가진 재물이 적을 때에는 먼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구제하고, 그다음에 공양을 올리느니라. 도움을 베풀 때에는 가난한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부유한 사람은 그 뒤에 생각하느니라.
다른 사람의 착한 점을 보면 기뻐하며 칭찬하고, 그에게 열반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 주느니라. 자신이 지닌 기술과 재능을 다른 사람들도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치며, 그 사람이 자신보다 더 뛰어나게 되는 것을 보면 진심으로 기뻐하느니라.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고 언제나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할 일을 생각하느니라. 몸과 말과 마음으로 행하는 모든 선행을 자신만을 위해 쌓지 않고, 언제나 다른 사람을 위해 행하느니라. 이러한 사람을 보살의 참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에는 두 종류가 있으니 하나는 재가보살이고, 다른 하나는 출가보살이니라.
출가보살이 보살의 참뜻을 실천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가정과 사회에서 살아가는 재가보살이 그렇게 실천하기는 더욱 어려우니라.
왜냐하면 재가자는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을 방해하는 수많은 인연과 얽혀 살아가기 때문이니라.”
북량 담무참 한역, 『우바새계경』 제2권 「명의보살품」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75]
누가 진짜 보살인가
— 『우바새계경』이 말하는 재가보살의 길
안녕하세요.
불교에서는 흔히 “보살의 길을 걷는다”고 말합니다.
절에 다니는 사람을 보살님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누군가 착한 일을 하면 “참 보살 같은 사람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정말 보살인가?”
보살이라고 불린다고 해서 곧 참된 보살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불교를 믿고, 법회에 참석하고, 좋은 말을 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보살의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오늘 함께 살펴볼 경전은 『우바새계경』입니다.
이 경전은 재가불자가 어떻게 믿고, 어떻게 계를 지키며,
어떻게 보살의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는 중요한 경전입니다.
이 경전에서 부처님께서는 두 종류의 보살을 말씀하십니다.
하나는 가명(假名) 보살이고, 다른 하나는 실의(實義) 보살입니다.
가명 보살이란 이름뿐인 보살이라는 뜻입니다.
겉으로는 보살이라 불리지만, 그 삶과 마음이 보살답지 못한 사람입니다.
반대로 실의 보살은 참된 뜻의 보살입니다.
이름이 아니라 삶으로,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자비와 지혜를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어느 날, 선생(善生)이라는 재가자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무엇을 가명(假名) 보살이라고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분명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보리심을 냈다고 하면서도 자비를 실천하지 않는 사람,
자신을 위해 남을 해치고, 말이 거칠며, 남을 비난하고 원한을 품는 사람,
탐욕과 질투와 성냄을 버리지 못하고, 삼보를 의심하며, 번뇌를 끊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은 보살이라는 이름을 가졌더라도 참된 보살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또 수행하는 모습은 있으나 그 마음이 진실하지 않으면 역시 이름뿐인 보살이라고 하셨습니다.
보시를 하면서도 자기 복만 구하고, 계를 지키면서도 천상의 즐거움만 바라며,
선정을 닦으면서도 자기 수명을 늘리는 것만 바란다면,
그것은 보살의 길이 아니라 자기 이익을 구하는 마음에 머문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사실을 보게 됩니다.
보리심을 냈다고 해서 곧 보살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입니다.
나만을 위한 것인가, 남도 함께 살리려는 것인가.
그 차이가 이름뿐인 보살과 참된 보살을 가릅니다.
그렇다면 참된 보살은 어떤 사람일까요?
부처님께서는 ‘실의(實義) 보살’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깊은 가르침을 듣기를 기뻐하고, 선한 벗을 가까이하며,
스승과 부모와 착한 벗을 공경하는 사람입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그 뜻을 깊이 생각하며, 모든 중생을 연민하는 사람입니다.
말은 부드럽고 온화하며, 거짓말과 험한 말, 남을 이간하는 말을 삼가는 사람입니다.
오늘의 삶에서도 이 가르침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많은 말을 합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전화로, 문자로,
단체 대화방과 인터넷 댓글로 끊임없이 말을 주고받습니다.
그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도 하고, 상처가 되기도 합니다.
참된 보살은 말로 사람을 누르지 않습니다.
말로 자신의 옳음만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말로 남을 갈라놓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드러운 말, 진실한 말, 화합하게 하는 말로 사람의 마음을 살립니다.
또 실의 보살은 보시하기를 싫어하지 않고, 지혜를 닦으며, 잘못된 견해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합니다.
여기서 보시는 큰돈을 내는 일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시간을 내어 주는 것도 보시이고, 상대의 말을 들어 주는 것도 보시입니다.
힘든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도 보시이고,
누군가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는 것도 보시입니다.
재가보살에게 보시는 생활 속에서 가장 가까운 수행입니다.
가족에게 짜증 내기보다 이해하려는 것,
이웃에게 무관심하기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것,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것,
이 모두가 보살의 보시가 될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습니다.
실의 보살은 중생을 위해 심부름꾼이 되기를 원하고,
다른 이들이 편안하고 기쁘고 즐겁기를 바랍니다.
보살은 남 위에 서는 사람이 아닙니다.
남을 가르치기만 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자신을 낮추고, 누군가의 손과 발이 되어 주며,
다른 이가 조금 더 편안해지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이런 마음이 바로 보살의 마음입니다.
재가보살의 수행은 산속에만 있지 않습니다.
가정 안에 있고, 시장과 직장 안에 있으며,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 있습니다.
부모를 모시고, 자녀를 돌보고, 생계를 이어가며, 사람들과 부딪히는 현실 속에서 보살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마지막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살에는 재가보살과 출가보살이 있는데, 출가보살이 참된 보살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재가보살은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왜 그럴까요? 재가자는 여러 인연에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씀은 재가자를 낮추는 말씀이 아닙니다.
오히려 재가자의 삶이 얼마나 많은 유혹과 갈등과 책임 속에 있는지를 분명히 보신 말씀입니다.
재가자는 가족의 일로 흔들리고, 재물의 문제로 흔들리며,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해야 합니다.
좋은 마음을 내고도 금세 화를 낼 때가 있고,
자비를 말하면서도 내 이익 앞에서는 마음이 좁아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재가보살의 길은 어렵습니다.
그러나 바로 그 어려움 속에서 진짜 수행이 드러납니다.
보살의 길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에게 어떤 마음으로 말하고 행동하는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됩니다.
“나는 누구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이 한 가지 물음이 오늘 우리가 걸어갈 재가보살의 길을 밝혀 줍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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