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78

[영등포 소비자저널=조석제 대표기자]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78
🍂 11월에 접어들면서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모두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돼지가 사자왕에게 싸움을 청했습니다. 그런데 사자왕은 싸우지 않고 스스로 물러섰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대정구왕경』에는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던 정구왕에게 한 수행자가 들려준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갈등과 다툼 속에서도 깊이 생각해 볼 만한 가르침입니다. 이번 경전산책에서 고집과 지혜의 차이를 함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78http://www.youtube.com

[경전산책 78]
「돼지와 사자왕, 누가 참으로 지혜로운가?」
— 『대정구왕경』이 말하는 고집과 지혜
어느 때 동자가섭 존자가 코살라국의 시리사성 북쪽 녹야원에 머물고 있었다.
그곳에는 정구왕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내세도 없고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으며, 선악의 과보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어느 날 정구왕은 동자가섭 존자가 그곳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갔다.
왕은 자신의 견해를 밝히며 가섭 존자에게 물었다.
“존자여, 나는 내세도 없고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존자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섭 존자는 왕에게 해와 달을 비롯한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내세와 인과의 이치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왕은 자신의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중략)
가섭 존자가 거듭 설명하자 왕은 말하였다.
“존자여, 이제 더는 비유를 들지 마십시오. 나는 생각을 바꾸지 않겠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내가 언제나 내세가 없고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다고 주장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존자의 말씀을 듣고 생각을 바꾸었다고 하면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것입니다.
나는 그런 부끄러움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가섭 존자는 왕에게 다시 말하였다.
“대왕이여, 나는 앞서 여러 가지 비유를 들어 그대가 그릇된 견해를 버리고 내세가 있음을 알며 삼보를 믿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대는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며 계속 나와 논쟁하려 하였습니다.
이제 다시 하나의 비유를 들려주겠습니다. 그대가 믿고자 한다면 자세히 듣고 깊이 생각하십시오.”
왕이 대답하였다.
“존자여, 원하오니 말씀해 주십시오.”
“대왕이여, 내가 기억하는 옛날에 대복(大腹)이라는 돼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대복은 많은 돼지를 이끌고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가 갑자기 사자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사자는 돼지를 보고 말하였습니다.
‘나는 모든 짐승의 왕이다. 너는 어서 길을 비켜라.’
그러자 대복이 대답하였습니다.
‘나더러 길을 비키라는 것은 옳지 않다.
네가 나와 싸우고 싶다면 싸워 주겠다. 다만 내가 갑옷을 입을 동안 잠시 기다려라.’
사자가 말하였습니다.
‘너는 어떤 훌륭한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이름은 무엇이기에 감히 나와 싸우려 하느냐?
갑옷을 입겠다면 네 뜻대로 하여라.’
그러자 대복은 똥구덩이로 가서 온몸에 똥을 바르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사자 앞에 서서 말하였습니다.
‘이제 너와 싸우겠다.’
사자는 돼지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모든 짐승의 왕이다.
언제나 사슴과 같은 짐승을 잡아먹지만, 때로는 약한 짐승을 먹지 않고 놓아주기도 한다.
하물며 너처럼 온몸이 더러운 짐승과 어찌 싸우겠느냐?
내가 너와 싸우면 내 몸까지 더러워질 것이다.’
그리고 사자는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본래부터 더러운 너의 몸에
이제 다시 더러움을 더하였구나.
네가 기어이 나와 싸우려 한다면
내가 먼저 너에게 물러서겠노라.’
가섭 존자는 정구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왕의 견해는 저 돼지가 사자와 싸우려는 것과 같습니다.
나도 저 사자처럼 먼저 물러서겠습니다.”
이 말씀을 들은 정구왕은 부끄러워하며 가섭 존자에게 말하였다.
“존자여, 사실 저는 처음 해와 달의 비유를 들었을 때 이미 존자의 말씀을 믿었습니다.
다만 존자의 뛰어난 지혜와 설법을 더 듣고 싶었기에 일부러 논쟁을 계속하였습니다.
바라옵건대 저의 진실한 마음을 살펴주시고, 제가 이미 존자의 말씀을 믿고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알아주십시오.
저는 이제 가섭 존자께 귀의하겠습니다.”
그러자 가섭 존자가 말하였다.
“대왕이여, 나에게 귀의하지 마십시오.
내가 귀의하는 곳은 불·법·승 삼보입니다. 그대도 마땅히 삼보에 귀의하십시오.”
정구왕이 말하였다.
“존자의 가르침에 따라 저는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고 재가불자의 계율을 받아 지니겠습니다.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훔치지 않으며, 삿된 음행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정구왕은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아 지닌 뒤, 가섭 존자에게 예를 올리고 물러갔다.
법현(法賢) 한역, 『대정구왕경(大正句王經)』 제1·2권
[박영동 법사의 경전산책 78]
「돼지와 사자왕, 누가 참으로 지혜로운가?」
— 『대정구왕경』이 말하는 고집과 지혜
안녕하세요.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믿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인정하지 못하고 끝까지 주장을 고집하기도 합니다.
과연 이러한 태도가 옳은 것일까요?
오늘은 『대정구왕경』에 전하는 돼지와 사자왕의 이야기를 통해 고집과 지혜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옛날 코살라국에 정구왕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내세도 없고, 죽은 뒤에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으며, 선악의 과보도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어느 날 왕은 가섭 존자를 찾아가 자신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가섭 존자는 해와 달을 비롯한 여러 비유로 내세와 인과의 이치를 설명하였지만, 왕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존자여, 나는 생각을 바꾸지 않겠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내가 언제나 내세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생각을 바꾼다면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것입니다.”
가섭 존자는 왕이 그릇된 견해를 버리고 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이도록 다시 하나의 비유를 들려주었습니다.
“대왕이여, 옛날에 대복이라는 돼지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대복은 여러 돼지를 이끌고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가 사자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사자가 말했습니다.
‘나는 모든 짐승의 왕이다. 어서 길을 비켜라.’
그러자 돼지 대복이 대답했습니다.
‘나더러 길을 비키라니, 그럴 수 없다.
네가 나와 싸우겠다면 싸워 주겠다. 다만 내가 갑옷을 입을 동안 잠시 기다려라.’
사자가 말했습니다.
‘네가 누구이기에 감히 나에게 싸움을 청하느냐? 갑옷을 입겠다면 네 뜻대로 하여라.’
그러자 대복은 곧장 똥구덩이로 달려가 그 속에서 몸을 뒹굴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똥을 뒤집어썼습니다.
이렇게 똥으로 갑옷을 입은 대복은 사자 앞으로 돌아와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이제 너와 싸우겠다.’
사자는 돼지를 바라보고 말했습니다.
‘나는 모든 짐승의 왕이다.
사슴과 같은 짐승을 잡아먹지만, 때로는 약한 짐승을 놓아주기도 한다.
그런데 온몸이 더러운 너와 어찌 싸우겠느냐?
너와 싸우면 내 몸까지 더러워질 것이다.’
그리고 사자는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본래부터 더러운 너의 몸에 이제 다시 더러움을 더하였구나.
네가 기어이 나와 싸우려 한다면 내가 먼저 물러서겠노라.’”
이야기를 마친 가섭 존자는 정구왕에게 말했습니다.
“대왕이여, 왕의 견해는 저 돼지가 사자와 싸우려는 것과 같습니다.
나도 저 사자처럼 먼저 물러서겠습니다.”
가섭 존자는 정구왕이라는 사람 자체를 돼지에 비유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고집하며 끝까지 논쟁하려는 왕의 태도를 돼지의 행동에 빗댄 것입니다.
또한 자신은 사자처럼 무익한 다툼에서 물러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입니다.
이 비유는 그릇된 견해를 고집하는 태도를 경계하며, 자신의 생각을 돌아보고 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지혜가 중요함을 일깨워 줍니다.
이 가르침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깊이 생각할 거리를 줍니다.
우리는 정치와 사회 문제를 두고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며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변명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쉽습니다.
특히 국민을 대표하거나 공적인 책임을 맡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체면보다 무엇이 옳은지 살피고, 잘못된 판단은 바로잡으며, 말과 행동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잘못된 주장이나 부당한 행동을 보고도 침묵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옳고 그름은 분명히 밝히되, 상대를 이기려는 감정에 사로잡혀 무익한 다툼에 빠지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가섭 존자의 비유를 들은 정구왕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왕은 부끄러워하며 말했습니다.
“존자여, 사실 저는 처음 해와 달의 비유를 들었을 때 이미 존자의 말씀을 믿었습니다.
다만 존자의 지혜와 설법을 더 듣고 싶었기 때문에 일부러 논쟁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섭 존자에게 귀의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존자는 말했습니다.
“대왕이여, 나에게 귀의하지 마십시오.
내가 귀의하는 곳은 불·법·승 삼보입니다. 그대도 마땅히 삼보에 귀의하십시오.”
정구왕은 그 말씀에 따라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받아 지녔습니다.
가섭 존자에게 중요한 것은 논쟁의 승리가 아니라, 왕이 그릇된 견해를 버리고 바른 가르침을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일이었습니다.
돼지의 고집과 사자의 물러섬, 그리고 정구왕의 마지막 귀의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돌아보게 합니다.
오늘의 경전산책을 마치며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 무엇이 옳은지 살피는가, 아니면 내 생각을 관철하는 데만 마음을 빼앗기는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을 용기와, 무익한 다툼에서 물러설 지혜를 함께 갖추고 있는가?
참된 지혜는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고집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바른 가르침 앞에서 마음을 열고,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삶에서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오늘의 경전산책이 우리 모두 자신의 생각과 말, 그리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성불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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